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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07 2017년 12월 31일의 방황기

1. 집
 늘 그랬듯이 오전 시간에는 침대에 늘어져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집에서는 뭐 할 게 없다, 모르겠다'는 핑계를 대며 현관 밖으로 나선다. 그러고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다시 지도 앱을 켜놓고 '여길 한번 찍고 올까' '여기까진 너무 멀고..' '어젯밤엔 여기 갈 생각이었는데 다음 기회에' 등등 또 10분을 고민한다.

2. 마곡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심리로 버스를 탄다. 집에서 버스 서너 정류장쯤 되는 마곡지구는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묘해진다. 새로 개발되어 정돈되고 아직 사람이 몰리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 때문인지 물리적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집에서 멀리 나온 기분이다. 거대한 대기업 연구소나 오피스텔이 주는 위용과 달리 길 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기자기하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멀리 강남 쪽으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이직 타이밍이 온다면 반드시 이 동네로 이직하리라.

3. 김포공항
2017년 들어 새로 생긴 습관이라 해야 하나 취미라 해야 하나
지하철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도 참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번 일 년 동안 방황의 폭이 시외버스로 넓어지게 되었다. 집에서 김포공항 시외버스터미널까지의 심리적 접근성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당시 구직 계획도 없고, 다른 수입도 없는 주제에 대출까지 끼고 밑도 끝도 없이 그저 밖으로 돌았다. 공항의 시외버스터미널을 베이스 삼아 경기도 주요/중소도시뿐만 아니라 멀게 원주, 춘천, 청주까지...
흠흠. 어쨌든 다시 찾은 국내선 청사는 모든 구역 리모델링이 끝나서인지 어느 때보다도 넓어 보인다. 방황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는, 내 마음은 얼마나 리모델링되었을까 괜히 한 번 돌아보는 척만큼은 한 것 같다.

4. 남양주 도농동
그렇게 목적지만 다른 뿐 크게 다르지 않은 이동을 하고 하차한 곳은 남양주시 도농동.
하차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행정구역 개편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도농역이었다. 파주 못지않게 남양주도 참 구심점이 없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역 주변 대단지 아파트와 그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을 보는데 뭔가 참 덧없었다. 감흥을 다 잃어버린 느낌.
의정부, 구리, 안양, 의왕, 과천 등지를 그리 쏘다닐 때는 그 도시의 분위기가 어떻고, 어디랑 정취가 비슷하고, 어느 골목에서 카페를 찾아볼까 고민했던 때와 달리 '역시 흔한 경기도 중소 도시답다'에서 감상이 끊어져버렸다. 한나절짜리 여행도 이젠 할 만큼 했나 보다.

5. 광나루역
그렇게 경기 동부지역을 찍고 돌아오는 길이면 경유지가 하나 더 생긴다. 광장동 내지는 천호동.
동네로 한 번에 갈 교통편이 있다는 점과 서울로 돌아 들어왔다는 느낌이 강렬해서일까.

Posted by 찰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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